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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북러 밀착의 후폭풍

2023년 2월 서울에서 유럽 외교관과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국제 정세를 얘기하던 중 그 외교관은 “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러시아는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와 다시 교류를 해야 한다. 한국이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가 되면 러시아는 북한과 다시 가까워져 한반도 정세는 훨씬 불안정해진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외교적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6월1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북한과의 군사동맹 복원이다. 러시아에 등을 돌리지 않으려는 한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더욱 활발하게 무기 비밀거래를 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 지원을 받는 대가로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개발과 ICBM 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 뻔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협상을 통한 연방제 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핵무력 등 강력한 군사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선언이다. 북러 밀착이 우려되는 건 김정은의 한반도 무력통일 야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러 밀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로저 위커 의원은 “푸틴의 24년만의 방북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에 있었던 미국의 핵무기를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짐 리시 의원도 “동아시아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커와 리시 의원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책을 감독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군사위와 외교위의 공화당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는 작지 않다.   게다가 지난 6월27일 첫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노쇠한 모습을 보여 사퇴압력을 받고 있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공화당의 한반도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독자적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밀착하면서 한국의 안보 위기감이 크게 고조됐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러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독자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6%가 주한미군 주둔보다는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고, 40.1%는 독자 핵무장보다는 주한미군 주둔을 선호했다. 주한미군 주둔보다 독자 핵무장을 선호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독자 핵무장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러가 밀착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독자 핵무장 등 좋든 싫든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   이무영 / 뉴미디어 국장이슈 진단 후폭풍 밀착 전술핵무기 개발 러시아 대통령 군사위원회 공화당

2024-07-08

[기고] '로켓맨'의 실수를 막는 방법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불렀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집착해 얻은 별명이다. 만약 김정은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본인은 물론 조선인민공화국도 종말이 온다는 것쯤 알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 내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양국 총리는 지난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핵무기 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우리는 미래를 위한 어떤 문도 닫아두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스웨덴과 핀란드는 핵무기 배치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며 똑같은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놀란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NATO) 합류를 선언한 데 이어 핵무기 반입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가 안보에 대한 스웨덴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조만간 예상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앞두고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무기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한국의 안보엔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기습발사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해 한국의 킬 체인(Kill Chain, 선제타격)을 무력화하고 있으며, 낮은 고도로 날아오다 비행 막판에 튀어 오르는 ‘풀 업 기동’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요격도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다 김정은이 전력을 다하는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되면 그야말로 한국의 생존이 핵폭풍 전야에 서게 되는 악몽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상대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안보의 영원한 진리다. 물론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쓰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냐”고 따졌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이 유사시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LA를 기꺼이 북핵 위협에 노출할 것이란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미국의 핵우산은 미국 정치 사정과 내부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번할 수 있는 불확실한 공약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독자 핵무장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우고, 장기간에 걸쳐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할 경우 한국도 그에 맞춰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그동안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및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핵 개발 잠재력 확보 등도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언젠가 한국의 야당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4일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한미 연합훈련 연장에도 반대하고 대북특사를 제안했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그토록 욕을 듣고도 야당은 아직 대북 대화에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마치 김정은에게 핵무기 좀 포기해 달라고 사정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모름지기 독재정권이 알아듣는 건 힘의 논리밖에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후퇴하고 있는 건 젤린스키의 연설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세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이 대만 침공을 망설이는 건 민간인 피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대만을 신속하게 제압할 확신이 아직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이 핵 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건 핵무기로 공격하면 자신도 핵무기로 반격을 받아 끝장이 난다는 게 아주 명백해질 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로켓맨 실수 전술핵무기 개발 핵무기 배치 핵무기 사용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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